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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책과감상.

미식의 테크놀로지 : 세계를 움직이는

그야말로 양서.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 는 먹는 사람의 색다른 경험에 치우친 책이었다면, 이쪽은 거장 셰프들의 경험을 좀 더 진지하게 파고 들어간다. 책의 편집이나 디자인도 안정되어 있어, 여러모로 읽는게 즐거운 책이다.

레스토랑 = 회사, 요리는 프로젝트, 셰프는 매니저, PD로 치환해서 보면 더욱 재미있다. 3STAR 레스토랑 매출은 어지간한 게임 회사에 맞먹고, 수십명이 협업해서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만큼이나 복잡하지 않은가 싶다.

이하는 눈에 들어왔던 부분 발췌. 사실 요리보다는 창작이나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했던 부분이라 이 책 보는 다른 분들과는 조금 핀트가 다를지도.

데이비드 불레이.

"베르주 선생님이 요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피카소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피카소가 '매일매일 무조건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라고 대답해주셔서 큰 격려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그 말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근본적인 이유로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보다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만든다'는 친절한 배려 정신을 꼽을 수 있다.

요리는 먹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게 식사한다면 그 기억이 확실히 남기 마련이다. 형태가 있는 것보다 형태가 없는 기억이 오히려 더 영속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손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하고 있을 여유 같은 건 없죠."라고 단언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똑같은 피망에서도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단계에서 배우는 기술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역할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레스토랑을 운영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와쿠다 데츠야

레스토랑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현지 손님이다. 그렇기에 단골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레스토랑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이런 자세로 손님을 대하면 손님들 또한 레스토랑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레스토랑과 손님 사이에 이러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좋은 요리사가 배출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셰프는 스태프를 통솔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요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때려가며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은 절대 반대합니다. ~ 만약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결국 아까운 인재들만 놓치게 되죠."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 못지 않게 스태프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요리사의 조건이다.

산티 산타마리아

건축 분야를 예로 들면,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구조를 탄탄히 갖춘 후 설계 디자인을 고민한다. 즉 기본적인 구조로 기초를 다진 뒤 그다음 과정부터 창조자의 개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 기초를 무시하고 응용 방법만 추구하는 것은 참다운 창의력이라 할 수 없다.

"주방에서 큰 소리를 내는 일은 없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면 모두 긴장하게 되고 그 순간 모든 일이 멈춰버리겠죠. 화를 낸다고 해서 실패한 일이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이 금방 고쳐지는 것도 아니니까, 냉정하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죠. 일할 때는 손님을 위해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고 조정하는 것이 저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미셸 브라스

"대체로 요리사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요리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당시에는 그렇게 믿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어머니의 요리를 통해 복잡한 요리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면 어떤 손님이라도 기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요리를 만듭니다.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술은 표현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생각을 요리라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표현하려면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형편이 안 좋아서 혼자 공부할 수 밖에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요리학교에서 기초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 경우 학교에서 기초를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데 4~5년 이상 투자해야 했지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출발도 하기 전에 벌써 도착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련 기간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요리로 표현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입니다. 진리와도 같은 이 사실을 젊은이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창조자'로서 요리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이대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라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것이라고 브라스는 말한다. ~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일의 능률을 높여서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브라스'의 주방 스태프들은 신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팀원 모두가 자기 역할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조직, 지금까지의 권위적인 주방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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