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33세 청년이 삼성역의 880억 짜리 미래에셋타워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의 창업자인 허민 사장님입니다. 워낙 센세이셔널해서 아래와 같은 기사까지 떠다닙니다.-_-;
허 전 대표는 결혼적령기를 넘어섰지만 지인들에 따르면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초특급 '스펙'은 결혼정보업체들까지 침을 흘리는 수준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자산 규모까지 1000억원을 넘어선다면 촉망받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등급으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우와, 그렇구나. 처음 알았음... )
제가 2006년에 네오플에 제안서를 낼 때만 해도 던전앤파이터는 그냥 잘 나가는 게임 정도였고, 역사적 히트작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NHN의 인수 건을 제외하면 그리 유명한 회사도 아니었고요.
전 팀 인수 제안 과정에서 허민 사장님과 십여번에 달하는 면접을 봤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경영/경제나 마음 수양과 관련한 책을 거의 읽지 않았거든요.)
그때 얻었던 충고와 조언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허민 사장님은 인터뷰나 강연도 그리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라서, 아마 제 글을 통해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발언이나 생각들도 있을 겁니다. 좀 위험한 부분은 빼고, 제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옮겨봅니다.
그 당시 저는 (내가 인정할 수 없는) 팀장이나 PD 밑에서 계속 스크립트 짜고, 밸런싱하고, 몬스터 배치하고, 서브 시스템 디자인하는게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좀 더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독자적인 팀이 아니면 죽을 때까지 뻔하디 뻔한 게임만 만들게 될 것 같았습니다.
전 현재 학력이 고졸이고, 사실 스타일이 비지니스 스탠다드는 아닙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좀 비사회적인 부분도 있고, 히트작 개발 경험도 없었죠. 그런 넘이 PD 되겠다고 여기저기 발 들이밀고 다닌 겁니다. 나름 순수했었다 싶기도 하지만, 무모했죠. 그 와중에 어이없는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너네 게임과 이상에는 관심없지만 특별히 우리 게임 모바일 버전을 하청 개발하게 해주겠다. 라던가-_-..
그런 저를 상대로 진지하게 교섭을 받아주신 허민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위메이드의 서수길 사장님과 함께, 제 마음의 스승 중 한 분이십니다.
첫번째 미팅
당시의 회사 상황
- NHN에 받은 200억 중 60억 정도를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음.
- 던전앤파이터즈는 동접, 매출이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
- 게임 개발팀 외에 통계 분석 전략팀이란 것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듯.
- 데이타 분석을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 현재 사원은 일백여명이며, 당분간 일백오십명 이상 회사를 키울 생각은 없다.
- 우리 외에도 인수해달라고 찾아오는 팀은 많다. 마침 스크롤 슈팅 게임 기획이길래 흥미가 있었다.
- NHN쪽이 개발 조직의 규모를 키우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 인수 이후에 사실 재정적으론 넉넉하다. 하지만 연봉이 아주 센 편은 아니다. 다른 메이저 회사들보단 많겠지만.
- 인센티브는 수익의 15% 정도. 디렉터(정확하겐 스튜디오 총책임자)에게 분배 권한이 있다.
- 게임이 뜨면 [돈 걱정 없이] 세상 살 수 있게 해주겠다. 당연한거 아닌가.
- N사나 위즈사 갔을 때보다 연봉이 짤진 모른다. 그러나 인센티브 등은 차원이 다르다.
- 카트팀이 우리 회사였으면 한 사람이 인센티브 수십억 받아갔을거다.
- 원칙적으로는 내부 경쟁, 허들이 있다. 외부에서 왔다고 그 허들 없이 바로 게임 만들기 시작하면 좀 형평성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게임 사업론
- 좋은 회사 만들고 싶지, 회사를 막 키운다던가 할 생각은 없다.
- 돈 많이 버는 것도 사실 더 이상 욕심은 없지만 게임은 결과 중심이다.
- 남이 안 만드는 [원더]한 거 만들어야지.
- 그러나 기획자가 만들고 싶은거, 이를테면 똥침 하는 MMORPG를 만들고 싶다면 그런건 나중에 자기 돈 모아서 하던가 하고. 회사에서는 유저가 좋아할 걸 만들고 싶다.
- 그 대신 게임의 연출에 있어서는 디렉터에게 전권을 준다.
-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 배워서 하게 하는 작품같은 게임 만들고 싶다.
- 자기도 피플웨어 감동적으로 읽어서 팀장 실장들한테 독후감 쓰게 했다.
- 창업하는 것보다 리턴은 좀 적더라도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는게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돈을 번다던가 유명해지는 것보다 그런 걸 만드는게 사장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학력, 학벌
- 업계 친구들이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 천재라고 생각하는 던파 팀장 등 몇 사람은 아르바이트 출신으로, 철저한 능력 기반이다.
- 창업 멤버 중에 삼성 임원 아들인데, 자기가 가출시켜서 서울대 그만두게 한 사람들도 있다.
일정
- 각 스튜디오의 책임 하에, 일정이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준다.
- 단, 동접도 예측해야 하며, 그만큼 안 나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
- 책임을 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
- 사람 뽑을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뽑는다.
- 좀 더 서로를 알아나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연봉
- 사실 10사람한테 천만원씩 더줘도 겨우 1억이다. 그게 아까울까?
- 하지만 받는만큼 자기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 연봉보다는 인센티브 등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 연봉은 더 줄수 있지만 조직, 회사에 대한 애정을 중요시한다.
다음 이 시간에는 이런 저런 어록들을 소개해봅니다.



덧글
별소리 2009/03/06 23:03 # 답글
으음...뭔가 멋지긴 하군요.
Nerd 2009/03/07 09:51 # 답글
마인드가 남다른 분이군요. 저러니 성공을 하시지.
마이즈 2009/03/07 09:51 # 삭제 답글
아.. 읽어보니 역시 생각/이상/행동이 훌륭한 분이시네요.덧붙여서, 그 당시 고민하셨던 부분들은
수많은 개발자가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지금은 많이 배울 수 있는 팀장님을 만났지만요.
지나가는이 2009/03/09 10:24 # 삭제 답글
좋은글입니다...미쳔하지만 제 블로그에도 링크를 걸겠습니다~^^
케인 2009/03/09 12:24 #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joogunking 2009/09/16 19:48 # 삭제 답글
성과에 대해 확실히 보상해 주겠다는 말씀이군요.^^.모든 기업에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